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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이슬람의 전파와 중앙아시아, 종교 지형의 대전환

by 늦봄사색의 정보 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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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전파와 중앙아시아 종교지형의 변화

이슬람은 어떻게 중앙아시아 전역에 확산되었을까?

중앙아시아는 수천 년 동안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온 문화적 용광로였습니다.
불교, 조로아스터교, 기독교(네스토리우스파), 토착 신앙이 공존하던 이 땅에
8세기경 이슬람이 도입되며 급격한 종교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를 넘어 학문, 문화, 정치, 도시 구조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중앙아시아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슬람의 도입 과정, 변화 양상, 기존 종교들과의 관계,
그리고 현대의 종교적 정체성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아랍 정복과 이슬람의 도입

이슬람이 중앙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전파된 계기는
우마이야 왕조(661~750년)의 동방 원정이었습니다.
특히 8세기 초, 우마이야 왕조가 아무다리아 강을 넘어
소그드 지역과 사마르칸트, 부하라 일대를 점령하면서
이슬람 세력이 이 지역을 정치·종교적으로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바스 왕조가 들어서며 중앙아시아는
단순한 정복지가 아닌 이슬람 세계 내부의 핵심 지역으로 재편됩니다.


기존 종교들과의 갈등과 공존

이슬람이 전파되기 전 중앙아시아에는
불교 사찰, 조로아스터교 성화탑, 네스토리우스파 교회 등이 활발히 존재했습니다.
초기에는 종교적 충돌과 저항도 있었지만,
이슬람은 점차 이 지역 특유의 다종교 문화를 수용하며 융합을 시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의 무덤 건축 양식은 조로아스터교 묘역과 결합되어
샤히진다와 같은 독특한 형태의 이슬람 묘소 건축으로 발전했습니다.
또한 사마르칸트의 초기 모스크 벽화에서는
불교 및 조로아스터 양식의 잔재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학문과 예술, 이슬람 문명의 확산

중앙아시아는 단순히 이슬람을 수용한 곳이 아니라,
이슬람 문명을 꽃피운 주요 거점이었습니다.
사마르칸트, 부하라, 메르브, 니샤푸르 등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 도서관, 천문대가 들어선 학문 중심지였으며
이븐 시나, 알-부카리, 알-파라비 등 위대한 학자들이 활약했습니다.
이슬람 율법학, 철학, 수학, 의학, 문학이
이 지역에서 유럽보다 수 세기 앞서 발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야대표 인물활동 지역
의학 이븐 시나(아비센나) 부하라, 니샤푸르
철학·음악 알-파라비 오트라르
종교학 알-부카리 부하라
 

도시 구조와 종교적 공간의 변화

이슬람이 뿌리내리면서 중앙아시아의 도시 구조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모스크를 중심으로 마드라사, 하마맘(목욕탕), 시장, 묘소가 배치되는
이슬람식 도시가 형성되었고, 이는 지금도
부하라, 히바, 타슈켄트 구시가지 등에서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종교적 공간은 공동체 결속과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정치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로 발전했습니다.


종파 갈등과 수니파 중심의 확립

중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수니파 이슬람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하나피 학파의 영향력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이란과 가까운 일부 지역에서는 시아파의 흔적도 발견됩니다.
소련 시대에는 모든 종교 활동이 금지되면서
종교 지도자들의 박해와 종교 기관의 폐쇄가 이어졌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공동체 내 신앙이 은밀히 계승되었고
소련 해체 후 다시 빠르게 복원되었습니다.


현대 중앙아시아에서의 이슬람

1991년 이후 중앙아시아 각국은
이슬람의 전통을 되살리는 동시에
정치적 안정과 세속주의 유지를 위해 국가가 종교를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종교 단체 등록제도와
공식 이슬람 위원회를 통해 종교 활동을 관리하고 있으며
급진주의를 막기 위한 인터넷 감시, 해외 유학 제한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여전히 일상생활, 문화,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라마단, 이드 알피트르 등 주요 이슬람 행사들은
국경일로 지정되어 널리 기념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특징과 세계적 의미

중앙아시아의 이슬람은
아랍 중심의 이슬람과는 다르게 발전한 독립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슬람과 페르시아 문화, 유목민 전통이 결합된 독특한 융합형 종교문화이며
종교적 관용과 지역 전통이 공존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다문화, 다종교 사회가 조화롭게 유지되는 한 사례로서
오늘날 글로벌 종교학계에서도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비에트 시대의 억압과 종교의 지하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은 20세기 들어
소비에트 연방의 반종교 정책으로 극심한 탄압을 겪었습니다.
모든 종교 교육은 중단되었고, 모스크는 폐쇄되거나 정부 시설로 전환되었으며
종교 지도자들은 처형, 추방, 감시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억압 속에서도 사람들은
가정 내에서 기도와 꾸란 암송을 은밀히 이어갔고,
결혼식, 장례식 등 생활 관습 속에서 이슬람 전통을 지켜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종교는 지하화되었지만,
정체성의 핵심으로 더욱 깊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독립 이후 종교 부활과 새로운 긴장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종교의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모스크와 마드라사가 다시 문을 열었고,
이슬람 학문과 전통 교육이 복원되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슬람 학교나 아랍 국가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급진적 이슬람 사조와 외부 이슬람 세력의 유입도
각국 정부에 경계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국가는
‘세속국가’를 헌법에 명시하며 종교 단체 등록, 설교 내용 통제,
외국 자금 유입 제한 등의 조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별 이슬람 정책의 차이

국가특징적인 종교 정책
우즈베키스탄 국가 이슬람 위원회 운영, 금요 설교 주제 사전 승인 제도
카자흐스탄 종교 다원주의 인정, 이슬람 외 러시아 정교·불교도 공존
타지키스탄 공공장소 히잡 착용 금지, 미성년자 모스크 출입 제한
키르기스스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종교 환경, 외부 이슬람 영향도 많음
투르크메니스탄 종교 통제 매우 강함, 무슬림 활동 외 모든 집회 제한
 

이러한 정책 차이는 각국의 정치 체제, 역사, 민족 구성에 따라 달라지며
이슬람이 문화로 작용하는 범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상 속에서 살아 있는 이슬람 전통

오늘날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삶 속에는
이슬람적 가치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어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금식을 실천하거나,
결혼 예식에서 이슬람 성혼식을 진행하며,
할랄 식단을 따르는 일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녀의 이름 선정, 조부모에 대한 공경,
불우 이웃 돕기 등 공동체 중심의 삶 역시
이슬람 윤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국가의 세속 정책과는 별개로
가정과 지역 사회 내에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슬람 건축의 유산과 상징성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의 시각적 정점은
화려한 돔과 타일로 장식된 건축 유산들입니다.
사마르칸트의 비비하눔 모스크, 부하라의 칼란 모스크,
히바의 주마 모스크 등은 신앙의 중심지이자
도시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이들 건축물은 단순한 예배 장소가 아닌
사회적 소통, 교육, 정치 기능을 수행한 공간으로
이슬람 도시 문화의 복합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종교와 정체성: 갈등인가, 조화인가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은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언어, 예술, 교육, 공동체 윤리, 일상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문화적 정체성의 근간입니다.
하지만 현대화, 글로벌화, 정치적 통제, 외부 이념 등의 영향으로 인해
종교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도 존재합니다.
일부 젊은 세대는 종교보다 시민 정체성을 강조하며
전통에 거리를 두는 반면,
또 다른 세대는 신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중앙아시아 이슬람의 미래를
더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